해류도를 보면 해류가 지나가는 영역 가운데 주변과 비교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곳이 존재한다. 이러한 지역에 바람까지 제대로 불지 않으면 배가 움직이기 어려운 무풍지대가 형성된다.
바람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범선에게 무풍은 역풍보다도 더 곤란한 상황이다. 역풍이 불 경우에는 배의 방향을 지그재그로 바꾸면서 어느 정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바람 자체가 사라진 무풍지대에서는 이러한 방법조차 사용할 수 없다. 결국 해류의 흐름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거 선원들 사이에서는 의욕을 잃고 침울해하는 상태를 무풍지대에 갇혔다는 의미의 be stuck in doldrums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과거 장거리 항해에서는 일정하게 부는 바람을 이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예를 들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처럼 아메리카로 향할 때와 유럽으로 돌아올 때는 각각 적절한 항해선을 선택하여 편서풍이나 무역풍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을 이용했다. 그러나 육분의와 같은 항해 장비가 고장 나거나 태풍 등의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하거나, 항해사의 실수로 항로를 잘못 잡게 되면 무풍지대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었다. 범선에게 바람은 곧 이동 수단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항해가 느려지는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도 연결되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특히 적도를 통과하는 항해에서는 무풍지대를 피하기가 어려웠다. 적도 부근에는 대표적인 무풍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항해를 잘하더라도 이 지역을 지나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무풍지대는 선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범선 시대에는 적도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해신에게 제사를 올리기도 했으며, 이러한 전통은 적도제라는 형태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선박이 동력선으로 바뀐 현재에도 대양을 항해하는 해군 등에서는 이러한 전통이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무풍지대는 적도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북위와 남위 약 30도 부근에서도 무풍이 발생하는 지역이 존재한다. 북반구를 기준으로 보면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와 적도 부근의 뜨거운 공기의 차이로 인해 대기 상층에서 공기가 이동하게 된다. 이 공기의 흐름은 지구편향력의 영향을 받으면서 방향이 바뀌고, 북위 30도 부근에 도달하면 위도선과 거의 평행하게 움직이게 된다. 이후 공기가 더 이상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아래로 내려오는 하강기류가 발생한다.
공기가 내려오면서 기온은 점차 높아지고 수증기가 거의 증발하게 된다. 그 결과 건조한 날씨가 나타나며, 바람이 약하거나 거의 불지 않는 열대고압지대가 형성된다. 따라서 적도 부근의 무풍대뿐만 아니라 북위와 남위 30도 부근에서도 범선의 항해를 어렵게 만드는 지역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무풍지대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지역 중 하나가 사르가소해이다. 사르가소해는 여러 해류로 둘러싸인 바다로, 해류도를 보면 주변의 해류가 원형에 가깝게 흐르면서 중앙에 상대적으로 비어 있는 영역이 나타난다. 멕시코 만류, 북대서양 해류, 카나리아 해류, 대서양 적도 해류 등에 둘러싸인 북위 25~35도, 서경 40~75도 사이의 바다가 바로 사르가소해이다.
사르가소라는 이름은 모자반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sargaço에서 유래했다. 모자반류는 평균적으로 약 1~3m 정도까지 자라는 대형 갈조류인데, 주변 바다에서 떠밀려온 부유성 해조류가 사르가소해에 모이게 된다. 이 때문에 사르가소해는 해조류가 많이 떠 있는 바다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말의 바다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여기서 말은 동물인 horse가 아니라 바닷말, 즉 해조류를 의미한다.
사르가소해가 항해자들에게 더욱 까다로운 지역으로 여겨졌던 이유는 해류의 가운데에 위치한다는 점에도 있다. 표면에 떠 있는 모자반류를 제외하면 플랑크톤도 많지 않은 비교적 생물이 적은 바다이기 때문에 식량으로 사용할 물고기를 잡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과거 장거리 항해에서 선박에 말과 같은 동물을 화물과 함께 싣고 이동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무풍지대에서 항해가 지연되면 담수와 사료가 부족해지고, 결국 선박에 실려 있던 말이 먼저 죽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물고기까지 제대로 잡지 못하면 선원들의 식량 역시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북위와 남위 약 30도 부근은 말의 죽음선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영어로는 Horse Latitudes, 즉 마위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알려져 있다.
사르가소해에는 여러 해류를 따라 각종 부유물이 모여들기도 한다. 다른 지역에서 파손된 목재 선박의 잔해 등이 이곳까지 떠밀려 오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원래부터 항해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는 인식에 더해 배의 무덤이나 악마의 바다와 같은 별명까지 생겨났다.
이러한 사르가소해에 대한 두려움을 더욱 키운 인물 중 하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이다. 콜럼버스가 1차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과정에서 사르가소해에 진입했으며, 이때 무풍으로 인해 배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해조류가 항해를 방해하는 상황을 경험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기록은 사르가소해가 무섭고 위험한 장소라는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다. 콜럼버스의 선단은 약 20일 동안 이러한 상황을 견딘 뒤 남쪽 방향을 통해 사르가소해를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무풍지대에 갇혔다고 해서 선박이 반드시 해류에만 의존해야 했던 것은 아니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배를 움직이기 위해 작은 단정들을 모두 물에 내린 다음, 모선과 로프로 연결하고 선원들이 직접 노를 저어 모선을 끌고 가는 방법도 있었다. 거대한 배를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만, 물 위에서는 육지에 비해 마찰의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에 인력으로 배를 끌어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작은 예인정이 거대한 군함을 끌고 이동시키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방법조차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선원들이 단정을 타고 모선을 버린 채 직접 노를 저어 무풍지대를 빠져나가기도 했으며, 목재 범선이라는 특성을 이용하여 뗏목이나 간단한 범선을 만들어 탈출하는 방법도 있었다.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일부 인원을 단정에 태워 보내는 방법도 사용되었다. 즉, 과거의 범선 시대에는 무풍지대에 갇히는 것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식량과 식수의 부족, 장기간의 표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문제였다.
무풍지대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이후 여러 문화 작품에도 영향을 주었다. 특히 사르가소해가 배의 무덤이라는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유령선에 대한 이야기와 작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선원들은 모두 사라졌거나 죽었지만 배만 멀쩡한 상태로 남아 있다가 우연히 무풍지대를 빠져나온 뒤, 사람이 없는 배로 발견되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실제 무풍지대에서 발생할 수 있었던 장기간의 표류와 선원들의 실종 등이 이러한 유령선 이야기와 연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오늘날에는 범선 대신 엔진을 사용하는 동력선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무풍 자체가 배의 이동을 완전히 막는 경우는 크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무풍지대라는 개념은 대기와 해양의 순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적도와 위도 30도 부근에서 나타나는 대기 순환은 지구의 바람과 기후를 형성하는 주요 요소이며, 과거에는 이러한 자연환경이 인간의 항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결국 무풍지대는 단순히 바람이 잠시 불지 않는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 규모의 대기 순환과 해류의 흐름이 만들어낸 특정 지역에서 바람이 매우 약해지는 현상이며, 범선이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시대에는 항해를 좌우하는 중요한 자연환경이었다. 특히 사르가소해와 같은 지역은 해류, 무풍, 부유 해조류 등이 함께 나타나면서 과거 선원들에게 매우 인상적인 장소로 남게 되었고, 이러한 특징이 오늘날까지도 여러 이야기와 작품의 소재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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