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살아가는 거북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동물 중 하나가 바다거북이다. 그중에서도 푸른바다거북은 전 세계 열대와 아열대 해역에 넓게 분포하는 대형 바다거북으로, 학명은 Chelonia mydas이다. 대서양과 태평양은 물론 인도양에서도 발견되며, 바다거북속에 속하는 유일한 종이기도 하다.
‘푸른바다거북’이라는 이름 때문에 등딱지가 초록색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이름의 유래는 조금 다르다. 등딱지의 색깔이 아니라 몸속, 특히 내장과 껍질 사이에 있는 녹색을 띠는 지방에서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등딱지는 개체와 지역에 따라 갈색이나 올리브색 등 여러 색을 나타내며, 동태평양에 사는 개체 가운데는 상당히 어두운 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
바다에서 살아가기 좋은 몸
푸른바다거북의 몸은 육지거북과 상당히 다르게 생겼다. 몸통은 전체적으로 납작하고 넓으며, 물속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앞뒤 지느러미가 노처럼 발달해 있다. 특히 앞지느러미는 헤엄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체는 최대 약 1.5m까지 자랄 수 있으며, 몸무게 역시 상당히 무겁다. 일반적인 성체의 체중은 수십 kg에서 190kg 정도까지 다양하지만, 매우 큰 개체는 300kg을 훌쩍 넘기도 한다. 알려진 최대급 개체 가운데에는 몸무게가 약 395kg에 달하고 몸길이가 1.5m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외형에서도 다른 바다거북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푸른바다거북은 매부리바다거북처럼 길고 뾰족하게 휘어진 부리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주둥이가 비교적 짧다. 성체의 앞지느러미에는 일반적으로 발톱이 하나만 있으며, 어린 개체에서는 두 번째 발톱이 나타나기도 한다.
등딱지의 모습도 성장 과정에서 변한다. 갓 태어난 새끼는 어두운 갑각과 비교적 밝은 배 부분을 가지고 있으며, 성장하면서 등딱지가 갈색이나 올리브색 계열로 변화한다. 성체가 되면 단순한 갈색뿐 아니라 반점이나 줄무늬처럼 다양한 무늬가 나타날 수 있다.
해초를 먹는 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는 먹이이다. 많은 바다거북이 육식을 하거나 잡식성인 것과 달리, 푸른바다거북은 성장하면서 식물성 먹이에 크게 의존하는 초식성에 가까운 생활 방식을 갖게 된다.
특히 성체는 얕은 바다나 석호에서 해초와 해조류를 주로 뜯어먹는다. 해초의 끝부분을 잘라 먹는 행동은 단순히 먹이를 섭취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적절하게 해초를 뜯어 먹으면 해초가 지나치게 무성해지는 것을 막고 새로운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푸른바다거북은 해초가 자라는 해양 생태계의 일부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처음부터 초식동물인 것은 아니다. 어린 개체는 성체보다 훨씬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 성장 초기에는 어류의 알이나 작은 동물, 연체동물, 해파리, 해면동물, 갑각류 등을 섭취하기도 한다. 이후 몸이 자라면서 식성이 점차 변하고, 성체가 되면 해초와 해조류를 중심으로 먹는다.
이러한 식성의 변화는 몸의 구조에도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의 먹이와 성체가 된 뒤의 먹이가 크게 달라지면서 성장 과정에서 두개골 형태 역시 변화한다.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오는 여행
바다거북은 한곳에서 평생 살아가는 동물이 아니다. 먹이를 구하는 장소와 번식하는 장소 사이를 오랜 거리에 걸쳐 이동한다. 특히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산란 해변으로 다시 돌아오는 놀라운 행동을 보인다.
암컷은 주로 밤에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온다. 그리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 모래를 파고 둥지를 만든 뒤 알을 낳는다. 산란을 마친 암컷은 다시 바다로 돌아가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둥지에서 새끼들이 부화한다.
부화한 새끼들은 모래 밖으로 빠져나와 바다를 향해 이동한다. 하지만 이 과정부터 생존 경쟁이 시작된다. 둥지를 노리는 포식자뿐만 아니라 바다로 향하는 새끼를 노리는 게나 바닷새 등도 있기 때문에 어린 거북이들이 성체까지 살아남는 비율은 매우 낮다.
푸른바다거북이 자신이 태어난 장소를 찾아가는 능력에는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속의 자철석 등을 이용해 지자기 정보를 감지하고 이동 방향을 파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넓은 바다를 장거리 이동하는 바다거북에게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새끼의 성별이 사람처럼 성염색체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이 부화하는 동안의 온도가 성별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는 수컷이, 높은 온도에서는 암컷이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온과 해변의 모래 온도가 높아지는 기후변화는 바다거북의 성비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천적과 기생생물
성체 푸른바다거북은 크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이를 사냥할 수 있는 포식자가 많지 않다. 대표적인 포식자로는 뱀상어가 있으며, 지역에 따라 범고래나 바다악어 등이 성체를 공격하기도 한다.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육지의 재규어가 해변으로 올라온 바다거북을 사냥하는 사례도 알려져 있다.
반면 새끼 거북은 훨씬 취약하다. 게나 바닷새 같은 작은 포식자부터 육상 포식자까지 다양한 동물에게 공격받을 수 있다. 바다에 도착한 뒤에도 대형 어류나 바닷새 등의 먹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성체가 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어렵다.
바다거북의 몸에는 다양한 생물이 붙어 살아가기도 한다. 등딱지에는 따개비가 붙을 수 있으며, 거머리나 여러 기생성 생물도 바다거북을 숙주로 삼는다. 일부 기생생물은 피부나 지느러미 등에 달라붙어 상처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Ozobranchus branchiatus라는 거머리는 바다거북을 주요 숙주로 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거북에서는 기생생물과 바이러스 감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섬유유두종과 같은 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종양은 피부뿐 아니라 내부 기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바다거북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인간 때문에 더욱 어려워진 생존
푸른바다거북은 오랜 시간 동안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이지만,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생존 환경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가 혼획이다. 바다거북은 물속에서 생활하지만 숨을 쉬기 위해 주기적으로 수면으로 올라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업용 그물이나 낚시 도구에 걸리면 수면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익사할 수 있다. 특히 장시간 방치되는 어구는 많은 해양생물에게 지속적인 위험이 된다.
바다에 버려진 어망도 문제이다. 사용이 끝난 어망이 바다를 떠돌면서 해양생물을 계속 붙잡는 이른바 유령어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거북 역시 이런 버려진 그물에 걸려 움직임을 제한당하거나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도 심각한 위협이다. 바다거북은 해파리나 해조류 등을 먹는데, 물속에 떠 있는 비닐봉지나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할 수 있다. 플라스틱을 삼키면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기거나 장이 막히는 등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산란 장소의 감소도 빼놓을 수 없다. 해안 지역에 건물과 관광 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바다거북이 알을 낳을 수 있는 자연 해변이 줄어들고 있다. 인공 조명이나 사람의 활동 역시 산란과 새끼의 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밖에도 바다거북의 알과 고기를 얻기 위한 불법 포획과 거래가 일부 지역에서 계속되고 있으며, 해양오염과 기름 유출 역시 바다거북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보호받고 있는 바다거북
푸른바다거북은 오랫동안 멸종위기 문제와 관련해 국제적인 보호 대상이 되어왔다. CITES에서도 국제적인 거래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종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 포획이나 거래를 제한하고 산란지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보호 등급이 언제나 동일한 것은 아니다. 개체군의 상태와 평가 기준에 따라 보전 상태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으며, 2025년 기준으로 IUCN의 전 세계 종 평가에서는 푸른바다거북이 최소관심종으로 재평가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지역의 개체군이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별로는 여전히 인간의 활동과 환경 변화로 인해 심각한 위협을 받는 개체군이 존재한다.
푸른바다거북은 단순히 바다에서 볼 수 있는 큰 거북이 아니다. 해초를 먹으며 해양 생태계의 일부를 구성하고,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가기 위해 넓은 바다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독특한 동물이다.
특히 바다거북이 평생을 살아가는 과정은 바다와 육지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산란을 위해 해변으로 올라오고, 새끼는 다시 바다로 돌아가며, 성체는 넓은 해역을 이동하면서 먹이를 찾는다. 결국 바다거북을 보호한다는 것은 바다뿐만 아니라 그들이 알을 낳는 해안과 해변까지 함께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긴 세월 동안 살아가는 바다거북이 앞으로도 같은 해변을 찾아와 산란하고 바다를 누빌 수 있도록 하려면, 혼획과 해양쓰레기를 줄이고 산란지를 보전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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