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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이야기

세상에서 제일 큰 대왕고래

by 해달정보 2026. 10. 4.

대왕고래(흰긴수염고래)는 수염고래과에 속하는 유영 생물로, 현존하는 생명체는 물론 지구 역사상 등장했던 그 어떤 공룡이나 고대 동물보다도 압도적인 덩치와 무게를 자랑하는 생물이다. 지질학적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약 150만 년 전에서 125만 년 전 사이인 초기 플라이스토세 시기에 지구 바다에 처음 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해역에 널리 퍼져 살아가던 대왕고래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풍부한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인간의 무분별하고 잔혹한 포경 활동으로 인해 멸종 직전의 위기까지 몰렸다. 20세기 한 세기 동안 인간에 의해 사살된 대왕고래의 수만 해도 무려 35만 마리에 달했으며, 이러한 남획은 1966년 국제조약을 통해 포획이 전면 금지되고 나서야 비로소 정지되었다. 특히 북태평양에서는 20세기 초중반 상업 포경업자들에 의해 수천 마리의 대왕고래가 사라졌고, 일본 근해의 독자적인 개체군 역시 이 시기에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도 과거 동해와 서해 일대에서 간간이 관측되었으나, 남한 해역에서는 20세기 중반 이후 공식적인 조사나 관측 기록이 완전히 끊긴 상태이다. 다만 북한의 기록 매체에 따르면 함경북도 어랑군, 경성군, 청진시 등 동해안 앞바다에 드물게 나타나며, 1960년대 후반 청진 수산 해역에서 암컷 27m, 수컷 25m 크기의 개체가 포획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다행히 지속적인 보호 정책 덕분에 개체수가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이며, 현재 전 세계 바다에 남아 있는 개체수는 약 10,000마리에서 25,000마리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이 거구에게 자연 상태에서 유일하게 위협이 되는 천적은 바다의 포식자인 범고래 집단이다. 완숙한 성체 대왕고래를 공격하는 일은 드물지만, 범고래 무리는 고도의 협동 전술을 활용해 아성체나 체구가 다소 작은 대왕고래를 집요하게 사냥한다. 실제로 30여 마리의 범고래 떼가 18m 크기의 어린 대왕고래를 3시간 이상 공격하여 과다출혈로 사망하게 만들거나, 75마리의 범고래 무리가 동원되어 15m 크기의 개체를 사냥하는 장면이 관측되기도 했다.

대왕고래의 신체적 수치는 생물학계에서도 경이로움 그 자체로 평가받는다. 평균적인 몸길이는 21m에서 26m 사이이며, 몸무게는 72톤에서 135톤에 이른다.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검증된 가장 긴 개체는 파나마 운하 인근에서 포획된 29.9m의 개체이며, 체중이 가장 많이 나갔던 개체는 1947년 남극해에서 잡힌 27.6m 길이의 암컷으로 무게가 무려 190톤(최대 199~200톤 추정)에 달했다. 이론적으로 이들의 신장 한계는 33m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왕고래의 몸을 감싸고 있는 지방층의 무게만 30톤에 달하고, 혀의 무게 역시 3톤을 넘어서며 눈의 크기는 농구공보다 거대하다. 체중 50톤급 개체의 뇌 무게는 약 3.636kg 수준으로 측정되며, 수컷의 성기 길이는 평균 3m, 직경은 30cm에 이르는 엄청난 규격을 자랑한다.

외형은 길고 가느다란 유선형 체형을 형성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청회색 빛을 띠는 피부는 바닷속 수면 아래에서 투영될 때 신비로운 푸른색으로 빛난다. 등지느러미 주변에는 개체마다 고유하고 가변적인 얼룩덜룩한 색소 무늬가 형성되어 있어 연구자들이 개체를 식별하는 결정적인 지표로 활용한다. 머리는 넓고 납작한 형태이며, 입안에는 길이 1m 미만의 검은색 수염판이 270개에서 400개까지 촘촘히 나 있다. 윗턱 양옆으로는 60~88개의 확장 가능한 목 주름이 잡혀 있어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한꺼번에 삼킬 수 있는 구조를 완성한다.

이 거대한 생명체의 주식은 역설적이게도 바닷속을 떠다니는 작은 크릴새우이다. 대왕고래는 입을 80~90도까지 커다랗게 벌린 채 크릴 무리를 향해 속도를 높여 돌진하는 '런지 피딩(Lunge feeding)' 방식을 사용하여 사냥한다. 입안 가득 바닷물과 크릴을 삼킨 뒤 수염판을 통해 물만 밖으로 걸러내고 크릴만 골라 삼킴으로써 잠수 시 소모되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크릴 외에도 때에 따라 작은 물고기나 두족류, 해파리 등을 부수적으로 섭취하기도 한다.

대왕고래는 성숙에 긴 시간이 걸리는 번식 생태를 지닌다. 보통 5세에서 15세 사이, 평균적으로 암컷은 10세, 수컷은 12세 전후에 성적으로 성숙하며, 신체적 완전 성숙에 도달하기까지는 약 35년이 걸린다. 대왕고래의 수명은 매우 길어서 기본적으로 8090년 이상을 살아가며, 최대 수명은 110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전 세계 바다를 무대로 광범위하게 이동하며 생활한다. 북태평양의 캘리포니아 몬테레이 만, 샌디에이고, 코르테즈 해역부터 북대서양의 세인트로렌스 만,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인도양의 스리랑카 미리사, 남반구 칠레 코르코바도 만에 이르기까지 계절에 따라 먹이가 풍부한 고위도 해역과 번식을 위한 저위도 해역을 오간다. 단 열흘 만에 4,000km를 이동할 만큼 뛰어난 유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잠수 깊이는 보통 300m 이상, 피그미대왕고래의 경우 최대 506m 깊이까지 수중으로 내려간 기록이 있다. 한편 대왕고래가 내는 소리와 노래의 주파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낮아지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는데, 이는 성적 선택, 개체수 회복, 기후 변화에 따른 에너지 소모, 혹은 문화적 변화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며 학계의 지속적인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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