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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이야기

용연향의 출처, 향유고래

by 해달정보 2026. 10. 4.

향고래 또는 말향고래라고도 불리는 향유고래는 이빨을 지닌 수중 생물 가운데 지구 역사상 가장 커다란 체구를 자랑하는 이빨고래류이다. 고대 조상인 브리그모파이세터의 혈통을 이어받아 전 세계 바다를 널리 누비며, 먹이 탐색과 번식을 목적으로 계절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한다. 국내에서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서 두 마리의 형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동해안 해역에서는 2004년에 7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향유고래라는 이름은 머리 부위에서 추출되는 반액체 상태의 왁스 물질인 스퍼마세티(spermaceti), 즉 경랍에서 유래했다. 이 물질은 과거 고래의 정액으로 오인받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머리 내부의 특수 조직에서 생성된다. 한편 카샬로라는 명칭으로도 자주 불리는데, 이는 큰 이빨이나 거대한 머리를 뜻하는 고대 언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학명상의 속명인 'Physeter'는 그리스어로 호흡 구멍이나 바람을 불어넣는 행위를 뜻하며, 종명인 'macrocephalus'는 거대한 머리를 의미한다. 18세기 피터 아르테디와 린네 등에 의해 'Physeter catodon'으로 처음 기재되었으나, 오늘날 학계에서는 'Physeter macrocephalus'가 공식 명칭으로 쓰인다. 생물학 분류상 향유고래과에 속하며, 인근 친척 종으로는 Kogia 속으로 분류되는 왜소향유고래와 조그마한 향유고래가 존재한다.

외형적으로는 거대한 사각형 모양의 머리가 가장 눈에 띄며, 이 머리가 전체 몸길이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숨구멍인 분기공은 머리 앞쪽 왼편으로 치우쳐 있어서 숨을 쉴 때 비스듬히 앞으로 뿜어져 나가는 무성한 물보라가 형성된다. 피부는 매끄러운 다른 고래들과 달리 말린 자두처럼 주름진 형태를 띠며, 몸빛은 회색을 바탕으로 배 쪽에 옅은 점이 흩어져 있으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하얗게 변한다. 알비노 개체도 드물게 발견된다. 등지느러미는 존재하지 않는 대신 피부가 혹처럼 솟아오른 융기들이 줄지어 있으며, 두껍고 유연한 삼각형 꼬리지느러미는 잠수 시 수면 위로 높게 들려 올려진다. 가슴지느러미는 덩치에 비해 매우 작은 편이다.

아래턱은 통나무처럼 가늘고 길며 한쪽에 2028개에 달하는 대형 이빨이 돋아 있는 반면, 위턱 이빨은 퇴화하여 외관상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또한 남녀 간 크기 차이가 극심한 성적 이형성을 보인다. 갓 태어난 새끼는 3.74.3m 수준이지만, 성숙한 수컷은 암컷보다 길이는 3050% 더 길고 몸무게는 3배에 달한다. 성체 암컷은 몸길이 10.611m에 체중 2036t 사이를 형성하며 12m를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성체 수컷은 평균 1516m에 달하며 대형 개체는 1819m, 체중 3574t까지 성장한다.

과거 모비 딕의 배경이 된 에식스호 사건 등 역사적 문서에는 24m가 넘는 개체들이 기록되어 있으나, 측정 방식의 오류나 과장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뢰할 만한 최대 기록으로는 1950년 쿠릴 열도 인근에서 포획된 20.7m(체중 약 80t) 수컷 개체가 꼽히며, 국제포경위원회 데이터에는 24m급 기록이 존재하기도 한다. 다만 전체 개체의 95%는 15.85m 이하에 집중된다. 과거 무분별한 포경 압력으로 인해 전반적인 평균 크기가 감소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향유고래의 머리 상단에 위치한 경랍기관에는 약 1,900리터에 달하는 경랍이 들어있다. 이 기관은 강력하게 집중된 음파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경랍 내부에서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는 초당 2,684m에 달하여 돌고래의 멜론 조직보다 훨씬 빠르다. 향유고래는 이 음파를 방사하여 돌아오는 파동을 감지하는 반향정위(에코로케이션)를 활용해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고 동료와 소통한다. 이때 발생하는 소리의 크기는 최대 236dB로, 제트엔진 소음을 뛰어넘는 수중 최강의 음량이다. 경랍기관은 음파 증폭 외에도 부력 조절이나 충격 완화 기능을 보조한다.

잠수 능력 역시 포유류 중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나다. 최고 2,250m 깊이의 심해까지 내려갈 수 있으며, 한 번 산소를 흡입한 뒤 1시간 30분 동안 수중에서 버틸 수 있다. 주식은 깊은 바다에 서식하는 오징어나 대왕오징어이며, 다양한 물고기 종류도 함께 섭취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을 통틀어 가장 거대한 뇌를 가지고 있으며, 평균 무게는 약 7.8kg으로 인간 뇌의 5배를 상회한다. 대뇌 부위가 비약적으로 발달한 반면 후각 기관은 퇴화하여 미각과 후각이 매우 약하다. 사지가 퇴화한 결과 대뇌 운동신경로인 피라미드로 역시 발달하지 않았다. 청각계는 극도로 정밀하게 발달해 있다.

사회 구조를 살펴보면 암컷과 어린 수컷들은 무리를 이루어 서로 협력하며 새끼를 함께 양육한다. 성숙한 수컷은 번식기를 제외하면 독자적으로 홀로 생활한다. 암컷은 15~16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4년에서 20년 주기로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출산 후 10년 이상 장기간 돌본다. 수명은 70년 이상으로 매우 길다. 성체는 체구가 거대하여 천적이 없으나, 어린 새끼나 병든 개체는 범고래 무리의 표적이 되어 공격받기도 한다.

수면 형태도 특이하여 수면 근처나 수중에서 몸을 수직으로 세운 채 잠을 청한다. 하루 중 약 7% 정도의 시간을 깊은 수면에 할애하며, 주로 해가 질 무렵인 오후 6시에서 자정 사이에 이런 정지 상태의 수면을 취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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