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각거북고둥과(Clionidae)는 바다를 유영하는 복족류인 무각익족류에 속하는 해양 무척추동물의 한 부류이다. 서양에서는 그리스 신화 속 문학과 예술을 담당하는 여신 무사(Musa, Muse) 중 하나인 '클리오(Clio)'의 이름에서 착안하여 클리오네(Clione)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린다. 투명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몸체와 우아한 유영 방식 덕분에 바닷속 식물이나 해파리로 오인받기도 하지만, 분류학상 엄연히 달팽이나 소라와 같은 고둥의 친척에 해당한다. 보통 성장 과정의 초기에는 아주 작은 껍질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완전히 성체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껍질이 완전히 소실되는 무각익족류 특유의 생체 변화를 거친다.
성체의 몸길이는 대체로 0.5cm에서 1cm 남짓에 불과하여 100원짜리 동전보다 훨씬 작으며, 투명한 근육 표피를 통해 내부의 주황색 내장 기관이 외부로 선명하게 들여다보인다. 머리 부분에는 한 쌍의 더듬이가 솟아 있고, 몸통 양옆으로는 마치 작은 날개처럼 보이는 1쌍(2장)의 날개 모양 발(pteropods)이 위치해 있다. 클리오네는 이 지느러미 형상의 발을 펄럭이며 마치 바닷속을 나비처럼 날아다니듯이 헤엄치는데, 이는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아니라 복족류 고유의 발이 유영용으로 변형된 구조로서 익족목 생물들의 독특한 형태학적 특징에 해당한다. 머리에 달린 더듬이 내부에는 평소 덮여 있는 6개의 포획용 촉수가 차곡차곡 접혀 숨겨져 있으며, 사냥 시에 이를 외부로 펼쳐 먹이를 집어삼킨다.
주요 서식처는 남극과 북극을 가로지르는 찬 해류가 흐르는 극지 해역으로, 주로 얼음 덩어리인 유빙 하부에 부착하거나 그 주변 수역에 떠돌며 서식한다. 일본 홋카이도 연안의 차가운 바다에서는 Clione elegantissima 종을 1년 내내 관찰할 수 있으며, 오호츠크해 연안에서는 계절에 따라 출현하는 봄 클리오네와 겨울 클리오네가 잘 알려져 있다. 이 두 부류는 발견되는 시기와 전체적인 체구 크기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지만, 상세한 유전자 및 형태 분석 결과 완전히 동일한 종임이 밝혀졌다. 한편 캐나다 서해안에 서식하는 개체군은 다른 해역의 개체들에 비해 몸길이가 한층 길쭉하게 발달하며 내부 장기 색상이 붉은 주황색 대신 짙은 초록색을 띠는 사례가 종종 발견되는데, 이는 그 지역에서 주로 섭취하는 먹이의 종류 및 영양 성분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클리오네는 동화적이고 무해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매우 민첩하고 포악한 육식성 포식자이다. 먹잇감이 사정거리 안으로 접근하면 머리 중앙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더듬이 사이에서 '버칼콘(buccal cone)'이라 불리는 6개의 매끄럽고 강력한 촉수가 튀어나온다. 이 촉수들은 갈고리처럼 벌어져 정밀하게 먹이를 포획하고, 사로잡은 먹잇감을 바른 위치로 인도하여 입안으로 통째로 집어넣어 삼킨다. 어린 유충 시절에는 바닷속에 떠다니는 식물성 플랑크톤만을 섭취하며 성장하지만, 변태를 마치고 성체가 되면 온전한 포식성 육식 생물로 전환되어 극지 플랑크톤과 단단한 껍질을 지닌 유각익족류(바다달팽이류)를 집중적으로 포식한다. 만약 주식인 유각익족류를 찾기 어려워지면 갑각류 등을 대체 먹이로 삼아 영양을 보충하기도 한다. 특히 일단 먹이를 온전히 삼켜 충분한 영양분을 축적하고 나면, 대사율을 극도로 낮추어 최소 반년(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반(18개월) 동안 아무런 먹이 공급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경이로운 기아 내성 능력을 발휘한다.
번식 행태를 살펴보면 클리오네는 암수 한 몸인 자웅동체 생물이다. 두 개체가 만나 교미를 진행하면 약 4시간 동안에 걸쳐 정성스럽게 체내 수정이 완료된다. 산란 시기는 지역별 먹이 환경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어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대량으로 증식하는 봄철 밴쿠버 연안이나 늦가을부터 초여름 사이에 걸친 오호츠크해에서 주로 산란이 이루어진다. 몸길이가 1cm 안팎으로 작은 남부 지역 개체군들은 1회 산란 시 약 150개에서 200개 정도의 알을 낳는 반면, 4cm에서 8cm에 달하는 대형 북부 개체군들은 한 번에 1,200개에서 1,800개에 이르는 대량의 알을 바다로 방출한다. 개별 알의 지름은 약 0.12mm 수준으로 매우 작다. 종과 서식 환경에 따라 성체 크기에는 다소 차이가 존재하나 보통은 1cm에서 2cm 정도로 자라며, 무각거북고둥과 중에서 가장 거대한 종으로 알려진 북극무각거북고둥(Clione limacina)의 경우 최대 8.5cm까지 대형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알에서 부화한 유충이 완전히 성체로 자라나기까지는 약 1년의 시간이 소요되며, 전체 수명은 대개 2년에서 3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분류학적으로 무각거북고둥과에는 여러 종이 포함된다. 1871년 달(Dall)에 의해 기재된 Clione elegantissima를 비롯하여, 1774년 피프스 남작(Baron Phipps)이 학명을 부여한 무각거북고둥(Clione limacina)이 대표적이다. 무각거북고둥은 북극해와 북태평양, 북대서양의 찬 바닷속에 서식하며, 1676년 탐험가 프리드리히 마르텐스(Friedrich Martens)가 처음 관찰한 이래 무각익족류 중 최초로 공식 기록되고 학명이 부여된 종이다. 이 외에도 남극 해역에 서식하는 Clione antarctica(1902년 스미스 기재)와 오호츠크해에서 발견되어 2017년 야마자키와 쿠와하라에 의해 신종으로 보고된 Clione okhotensis 등이 과 내에 속해 있다.
최근 클리오네는 인간 활동에 따른 환경 변화로 인해 심각한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 화석 연료의 과도한 사용 등으로 대기 중에 방출된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대량 흡수되면서 해수의 산성도가 높아지는 '해양 산성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산성화된 바닷물은 탄산칼슘 성분으로 단단한 껍질을 구성해야 하는 해양 생물들의 석회화 작용을 방해한다. 이에 따라 아주 얇은 껍질을 가진 바다달팽이(유각익족류) 등의 생존과 껍질 형성이 극도로 어려워졌으며, 이는 이들을 전문적으로 포식하며 살아가는 클리오네의 극심한 먹이 부족 및 생존 위기로 직결된다. 나아가 클리오네 자신도 플랑크톤을 주식으로 삼는 대형 고래나 연어 등 상위 어류의 핵심 영양원이기 때문에, 클리오네의 개체수 감소는 극지 해양 생태계 전체의 먹이사슬을 위협하는 심각한 연쇄 불균형을 초래한다.
문화적으로 일본 등지에서는 특유의 은은하게 투명한 자태와 날개짓하듯 우아하게 움직이는 모습 때문에 '바다의 천사'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신비로운 생물로 귀하게 여긴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대중문화 매체에서도 자주 모티브로 활용되는데, 대표적으로 만화 및 애니메이션 《쾌걸 근육맨 2세》에는 클리오네의 외형과 포획 촉수 특성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클리오네맨'이라는 초인 캐릭터가 등장하여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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