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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이야기

플랑크톤은 정확히 무엇일까?

by 해달정보 2026. 10. 4.

플랑크톤 또는 부유생물(浮遊生物)은 바다나 호수, 연못, 하천 등 수계 환경에 떠올라 살아가는 모든 생물군을 통칭하는 생태학적 용어이다. 순우리말로는 '떠살이 생물'이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불린다. 플랑크톤은 생물학적인 유전 계통이나 문, 강, 목과 같은 전통적인 분류학적 체계에 의해 정의되는 단일 집단이 아니다. 이들은 수중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존 전략과 생태적 생활 양식에 따라 하나로 묶이는 개념이다. 수중 생태계 내에서 플랑크톤은 일차 생산자로서 유기물을 합성하고, 수많은 상위 포식자들에게 필수적인 영양을 제공하는 기초 먹잇감이 됨으로써 지구 전체 수계 생태계의 생존과 물질 순환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플랑크톤'이라는 명칭은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것', '방랑하는 존재', 혹은 '물결 따라 떠도는 것'을 뜻하는 그리스어 '플랑크토스(planktos)'에서 유래되었다. 명칭이 내포하고 있듯, 이 생물들의 가장 결정적인 특징은 수중에서의 이동성 제약에 있다. 이들은 유영 능력이 전혀 없거나, 비록 자체적인 운동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해류나 파도, 강물의 흐름을 거슬러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물의 물리적인 흐름에 몸을 완전히 맡긴 채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플랑크톤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세균이나 아주 작은 조류, 소형 벌레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수중을 부유하며 살아간다'는 생태학적 정의에 기반하기 때문에, 크기와 상관없이 물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는 대형 해파리류 같은 거대 생물 역시 당당히 플랑크톤의 범주에 포함된다. 반대로 바위에 붙어 살거나 해저 바닥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고착 생물, 그리고 바닥면을 기어 다니며 생활하는 저서생물(벤토스)을 플랑크톤이라 부르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다만 플랑크톤이 물의 움직임에 항상 무력하고 수동적으로만 종속되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생체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지 않으면서도, 수심에 따른 부상과 침강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물덩어리의 거대한 흐름과 밀도 차이를 이점으로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머물거나 이동하는 생존 전략을 취하는데, 이는 바람과 파도를 이용하여 바다를 항해하는 범선의 원리와도 매우 유사하다.

플랑크톤은 분류학적 단위가 아니므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문(Phylum)과 강(Class)에 속하는 생물들이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연구 목적과 생태적 특성에 따라 플랑크톤을 다양하게 세분화하여 분류한다. 가장 대표적인 구별법은 영양 섭취 방식에 따른 분류이다. 태양광을 이용해 광합성을 수행함으로써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집단을 '식물 플랑크톤(Phytoplankton)'이라 부르며, 식물 플랑크톤이나 다른 유기물을 섭취하여 에너지를 얻는 집단을 '동물 플랑크톤(Zooplankton)'이라 구분한다. 그러나 미생물 세계에서는 와편모조류처럼 광합성 색소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상황에 따라 박테리아나 미세 입자를 직접 섭취하는 혼합 영양성 플랑크톤도 다수 존재하여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또한 일생 동안 플랑크톤으로 살아가는 기간을 기준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생애의 특정 시기, 주로 유생이나 알의 단계만을 플랑크톤으로 보낸 뒤 성체가 되어 다른 생활 방식으로 전환하는 종을 '임시 플랑크톤(Meroplankton)'이라 하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 전체를 플랑크톤 형태로 영위하는 종을 '종생 플랑크톤(Holoplankton)'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해양에 서식하는 수많은 무척추동물과 어류, 조개류 등은 초기 유생 시절을 임시 플랑크톤 상태로 보내며 넓은 바다로 번식 영역을 넓혀나간다.

수중 생태계에서 플랑크톤이 담당하는 생태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적이다. 미세한 크기의 소형 플랑크톤은 먹이사슬의 가장 기초적인 최하단을 형성한다. 이들은 소형 어류, 어패류, 수염고래에 이르기까지 수중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대형 동물의 직접적·간접적 식량원이 된다. 특히 태양빛이 전혀 도달하지 않는 깊은 바닷속이나 해저 생태계로 유기 물질을 공급하는 일차 생산자로서의 역할은 전 지구적 바다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근간이다. 이에 더해 수중으로 배출되는 각종 배설물이나 동식물의 사체, 유기물 부스러기인 데트리투스(Detritus)를 분해하여 물속에서 순환시키는 분해자 역할까지 수행함으로써 수질 정화와 영양염류 순환에 기여한다.

플랑크톤을 채집하고 분석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과학적인 도구와 기법을 활용한다. 고전적이면서도 대표적인 채집 도구는 원추형 그물 끝에 샘플 수집용 병이 달린 '플랑크톤 네트'이다. 조사 목적과 대상 생물의 크기에 따라 그물망의 눈금 크기(메쉬 사이즈)를 다르게 선택하는데, 과거에는 0.33mm 그물망이 자주 쓰였으나 최근에는 0.1mm 이하의 미세한 메쉬를 사용하여 미세 플랑크톤까지 더욱 정밀하게 채집한다.

미세 조류나 극소형 동물 플랑크톤의 경우 정량의 바닷물을 직접 퍼 올려 분석하는 '채수법'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채취한 수용액 속 플랑크톤을 시약으로 고정한 뒤 침전·농축하여 현미경으로 개체 수와 종을 정밀 측정한다. 또한 0.2μm~10μm 크기의 미세 필터로 여과한 뒤 광학 현미경이나 형광 현미경으로 관찰하거나, 유리섬유 필터로 여과한 표본에서 아세톤, 메탄올 등의 용매를 사용해 엽록소(클로로필) 색소를 추출함으로써 정량적인 식물 플랑크톤의 현존량을 정확히 산출해 내기도 한다.

수중 생물들의 생활 양식을 정립할 때 플랑크톤은 물의 흐름을 거슬러 능동적으로 수영할 수 있는 '넥턴(nekton, 유영 생물)', 해저 바닥면이나 뻘 속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벤토스(benthos, 저서 생물)', 수면 바로 위나 표층 경계면에서 생활하는 '뉴스턴(neuston)'과 함께 대별된다. 그러나 자연계의 생물들을 명확한 틀에만 맞추기는 어렵다. 예컨대 대표적인 먹이 생물인 크릴은 수영 능력이 플랑크톤과 넥턴의 중간 단계에 위치하여 '마이크로 넥턴'으로 따로 구분된다. 또한 아미류나 일부 갑각류처럼 낮에는 해저 바닥 근처에 머물다가 밤이 되면 수중으로 떠올라 헤엄치는 반(半)플랑크톤, 반(半)저서성 생물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생물의 일생 전체가 하나의 분류에만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게, 새우, 불가사리, 해면, 어류 등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유생 시절에는 플랑크톤으로 바다를 떠돌다가 성체로 자라나면서 저서 생물(벤토스)이나 유영 생물(넥턴)로 변화하며 다채로운 생태적 지위를 채워나가게 된다.